시집을 읽고 싶어 도서관에 갔다.적당한 두께, 깔끔한 순백의 표지. 이 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목을 읽고, 추천사의 훅에 매료되었다.'시랑 술을 엮는다고?'잊고 있었다.우리 안엔 풍류의 DNA가 흐르고 있다는 걸.선조님들은 술잔을 기울이며기분 좋은 취기 위에 시를 얹었다는 걸.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김혜경 – 팟캐스트 〈시시알콜〉의 술 큐레이터 ‘풍문’《한 눈파는 작업》, 《아무튼, 술집》, 《시시알콜》 집필이승용 – 같은 팟캐스트의 술 큐레이터 ‘능청’《헛소리의 품격》, 《시시콜콜 시詩알콜》 집필작가는 바텐더다.사랑, 이별, 나태, 고독…잔잔한 삶의 이야기들을 안주 삼아시와 술을 페어링 시켜준다.술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조차읽다 보면 군침이 돌고,쿰쿰하고 어질어질한 술의 향기에 취하고 싶어..

이웃하여 붙어 있는 집이웃으로 돌면서 노는 일초가삼간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안온한 나의 고향, 두덕리 철쭉에 달보드레한 꿀을 처음으로 맛보았던 일, 볏짚을 꼬아 새 신을 삼으며 손놀림을 익히던 일도 어제 일 처럼 떠오른다. 상경한지 오래되었어도, 유년 시절 시골 마을의 추억만은 가슴 깊이 남아 나를 떠나지 않았다. 세상살이가 힘겨워질때마다 나는 두덕리 시절로 마음을 되돌리곤 한다. 그런데 그 회상 속에는 으레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었으니,그건 곁집에 있던 이웃, '박씨 아저씨"였다. 그분은 내게 시골생활의 이모저모를 알려줬던 친구이자 스승이였다. 엄마 아빠가 농사일로 나가시고 집안에 혼자만 있게 될 즈음, 박씨 아저씨는 어슬렁거리며 우리 집앞으로 걸어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박씨아저씨의 취미는..

큰 바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 터트릴까 봐 삼킨 말들이 있다. 억누르고 또 억누르다 보니 나의 순애가 터질 것만 같았다. 소란한 도심의 전경을 횡단하여멀찍이 떨어진 산 너머의 너에게로 건네버린다. 넋이 스민 산은 마치 호응이라도 하는듯 바람꽃을 피워냈다.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1.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2. 독한 소주에 붙인 불. 푸르스름한 빛을 내어 연극 따위에서 유령 따위가 나타나는 장면에 쓰인다.내게 주어진 것들 중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나의 것이란 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손에 쥐어진 것들조차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았다. 잡히지 않는 것들을 부러워하는 일도 이제는 점점 지쳐만 간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너는 나를 보며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반갑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너의 옷차림, 살랑 거리는 긴 머리, 나를 보며 살풋 웃는 너의 미소가 마치 거울처럼 내 모습을 비추었다. 동네 미장원에서 싼 값에 듬성듬성 자른 나의 머리, ..

봄 향기는 달큰하다.이따끔식 스며드는 봄의 향기는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을 간질인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 하나쯤은, 이 계절이 허락해 줄 것만 같다.

다시 채워야해